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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40주년을 맞이한 라디오 프랑스 페스티벌(Festival Radio France Occitanie Montpellier)에는 세계 정상급 지휘자와 솔리스트들이 어김없이 프랑스 남부 옥시타니 지역의 수도, 몽펠리에를 찾았다. 지휘자로는 다니엘 하딩, 에르베 니께, 윌리엄 크리스티, 피아니스트로는 유자 왕, 다닐 트리포노프, 브래드 멜도, 그리고 메조소프라노 마리안 크르바싸 등의 이름이 눈에 띈다.
이번에도 예년처럼, 파리 메종 드 라 라디오 소속의 두 상주 악단인 프랑스 국립 관현악단과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중심이 되었으며, 툴루즈 국립 카피톨 오케스트라, 몽펠리에 국립 오케스트라, 말러 챔버 오케스트라파브코 주식
, 그리고 고음악 전문 앙상블인 르 꽁세르 스피리튀엘(지휘 에르베 니께), 레자르 플로리쌍(지휘 윌리엄 크리스티) 등도 대거 참여해, 옥시타니 지역을 대표하는 음악 축제의 40주년을 함께 축하했다.
사회의 이해와 화합을 기본 정신으로 한 문화 예술
1980년대 프랑스는 문화 예술의 저변 확대를 국가 정책 차원에서 적극적으장외시세
로 추진하던 시기였다. 옥시타니 지방의 몽펠리에는 이러한 정책의 선두에 있던 도시였으며, 이에 발맞추어 탄생한 축제가 바로 라디오 프랑스 페스티벌이다. 작곡가 모리스 플뢰레는 당시의 대통령이던 프랑소와 미테랑과 문화부 장관 쟈끄 랑의 문화 예술 진흥 정책을 실현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다. 그는 “예술과 창조 행위는 사회의 장식품이 아니다. 예술은33법
사회에 대한 이해와 의식을 대변하는 메시지다”라고 말한 바 있다.
40주년을 맞이한 이번 라디오 프랑스 페스티벌은 몽펠리에 중심가에 위치한 복합 문화공간 르 코럼 내의 베를리오즈 오페라 홀(2000 석), 파스퇴르 홀(745 석), 그리고 오페라 전용 극장인 오페라 코메디아 등 총 50여 개 공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렸다. 보름간 약 8WNTLRWJDQH
00여명의 아티스트와 16개 악단이 참가했으며, 무료 공연 47회를 포함해 총 100개의 이벤트가 진행되었다. 이 기간에 열린 총 10회의 심포닉 콘서트 중 핀란드 지휘자 타르모 펠토코스키가 이끈 툴루즈 국립 카피톨 오케스트라의 말러 교향곡 2번 <부활>이 이번 페스티벌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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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펠리에 라디오 프랑스 옥시타니 페스티벌 40주년 공연 모습 / 사진. ©Alyssa Leroy / Festival Radio France Occitanie Montpellier


전통적인 교향곡에서 오라토리오의 영역까지 아우르는말러의 교향곡 <부활>
말러는 그의 교향곡 2번에서부터 전통적인 교향곡의 틀을 과감히 탈피하기 시작한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장례식에서 부활에 이르기까지의 인간의 운명을 장엄하고도 서사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형식 면에서도 말러는 기존의 교향곡 구조를 확장시켜 오라토리오(대규모 종교음악)의 영역까지 성큼 다가가는 파격을 시도한다. 바로 이점이 말러 교향곡 2번의 획기적인 특징이다.
또한 <부활>은 레퀴엠(진혼곡)을 작곡하지 않았던 말러의 작품 세계에서 레퀴엠의 역할을 대신하는 작품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이후에 말러는 이러한 형식적 실험을 토대로 교향곡 8번에서 한층 더 극대화된 형식의 음악적 확장을 이루게 된다.
“방금 들은 당신의 교향곡 2번과 비교하자면,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마치 하이든의 교향곡처럼 고전적으로 들립니다.” 이는 말러가 한스 폰 뷜로에게 ＜Totenfeier(장례식)＞의 피아노 축약판을 연주해주었을 때, 그가 털어놓은 솔직한 고백이었다. 이 곡은 훗날 <부활>의 첫 악장이 되는 교향시로, 말러의 중요한 전환점 중 하나였다. 말러는 ＜Totenfeier＞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Totenfeier 는 나의 <교향곡 1번>에 등장하는 주인공이 무덤에 묻히는 장면입니다. 나는 그의 삶 전체를, 가파른 언덕 위에서 거울을 비춰 보듯 되돌아보며 반영하고 있습니다.”


말러는 첫 악장 ＜Totenfeier＞ (Allegro Maestoso)에 각기 매우 성격이 다른 네 개 악장을 추가하여 교향곡 2번을 완성했다. 두 번째 악장(Andante Moderato)은 표면적으로는 유쾌하게 들리지만, 내면적으로는 그렇지 않은 랜들러 춤곡(전통적인 3박자의 오스트리아 춤곡)으로, 선율이 복잡하게 얽히는 점이 인상적이다.

3악장은 말러가 즐겨 인용한 시집 ＜소년의 신비로운 뿔＞ 중 가곡 ＜성 안토니오의 물고기 설교＞의 선율을 바탕으로 한 스케르초 악장이다. 이어지는 4악장은 같은 시집에서 발췌한 ＜Urlicht(태초의 빛) ＞이며, 내면적이고 경건한 분위기의 가곡 형식 악장이다. 마지막 5악장은 대규모의 피날레로, 말러는 이 아이디어를 한스 폰 뷸로의 장례식에서 얻었다고 회고했다.
“내 영혼은 마치 번개에 맞은 듯, 갑자기 눈부신 빛으로 가득 찼습니다.” - 구스타프 말러



몽펠리에 라디오 프랑스 옥시타니 페스티벌 40주년 공연 모습 / 사진. ©Alyssa Leroy / Festival Radio France Occitanie Montpellier


거대한 휴먼 드라마, 말러와 펠토코스키가 그린 생의 서사시
최근 핀란드 출신의 타르모 펠토코스키를 음악감독으로 영입한 툴루즈 국립 카피톨 오케스트라는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 서곡과 더불어, 말러의 교향곡 2번 <부활>로 옥시타니 지방의 애호가들을 만났다. 이번 공연에는 오르페온 도노스티아라 합창단과 솔리스트 메조소프라노 마리안 크르바싸, 소프라노 레이철 윌리스-쇠렌센이 함께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그들이 툴루즈 시즌을 개막할 때 선보였던 레퍼토리이기도 한데, 라디오 프랑스 페스티벌에서는 훨씬 더 구성지고 완성도 높은 해석으로 다가왔다. 이는 르 코럼의 풍부한 잔향이 지난 시즌 개막 이후로 무르익은 그들의 연주를 감도 높게 반영한 결과로 느껴진다. 총보(스코어)도 없이 시선 교환과 어깨 움직임만으로 악단과 소통하던 핀란드 지휘자의 제스쳐는 단번에 번슈타인의 지휘 스타일을 떠올리게 했다. 급변하는 다이내믹을 몰아붙이는 듯 밀고 가는 펠토코스키의 지휘봉을 순발력 있게 따라가는 툴루즈 국립 카피톨 오케스트라의 단원들의 호흡에서 지휘자에 대한 깊은 신뢰를 짐작할 수 있었다.



몽펠리에 라디오 프랑스 옥시타니 페스티벌 40주년 공연 모습. [좌] 메조소프라노 마리안 크르바싸, [우] 소프라노 레이철 윌리스-쇠렌센 / 사진. ©Alyssa Leroy / Festival Radio France Occitanie Montpellier


<트리스탄과 이졸데> 서곡은 다소 서두르듯 긴장으로 고조되었다. 바그너 특유의 라이트모티프가 점차 에너지를 끌어올리며 멈춤 없이 말러의 <부활> 서두로 이어지는 전환 방식은 두 작품의 연계성을 상기시키며 매우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작품의 극적인 구성에 집중하던 펠토코프스키는 확신에 찬 동시에 섬세한 제스처로, 말러 교향곡 2번에 담긴 삶과 죽음을 주제로 한 대하드라마를 펼쳐 나갔다. 고통의 외침, 멀리서 울리는 호른 소리, 최후의 심판을 암시하는 진노의 날(Dies Irae) 선율, 무대 뒤편에서 들려오는 새소리와 팡파레에 이어 등장한 합창단의 숭고하고 깊은 울림, 그리고 메조소프라노와 소프라노가 합류하는 낭독조의 종결부에 이르기까지….
메조소프라노 마리안 크르바사는 풍부한 표현력과 자연스러운 프레이징으로 텍스트의 형이상학적 깊이를 섬세하게 드러냈다. 그녀의 밀도 있는 음성은 미묘한 억양을 창출했으며, 때로는 고음에서 멜로디를 밝히는 한 줄기 빛처럼 환희의 순간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4악장에서 노래한 시의 제목 ＜Urlicht(원초의 빛)＞과 맞물리던 그녀의 고음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 메시지로 다가왔다.
피날레에서는 소프라노 레이첼 윌리스-소렌슨의 노래가 합창과 깊은 공명을 이루며 무대를 채웠다. 그녀의 강렬한 호소는 미세하게 불안정한 비브라토를 통해, 경건한 희망에 깃든 인간적인 겸허함으로 한층 더 아름답게 승화되었다. 그 목소리는 마치 다시 태어나고자 (부활 !) 하는 인류의 절실한 외침으로 들렸다.
오르페온 도노스티아라 합창단의 소리는 사전에 정교하게 연마되고 조탁 된 결과라는 점이 충분히 짐작되었다. 마지막 악장에서 피아니시모로 등장하는 합창 파트는 마치 하나의 목소리를 연상시키며 섬세하고 신비롭게 울려 퍼졌고, <부활>의 주제는 상징적인 강렬함으로 객석을 전율시켰다.



몽펠리에 라디오 프랑스 옥시타니 페스티벌 40주년 공연 모습 / 사진. ©Alyssa Leroy / Festival Radio France Occitanie Montpellier


몽펠리에=박마린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