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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아침, 다정하고 친근하게 한국 정치 이면의 이야기를 풀어드립니다. 갈등과 분노가 아닌 위로와 희망을 찾을 수 있길 바랍니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민주당 간사였던 2022년 10월 국회 소통관에서 "김도읍 당시 법사위원장이 국정감사를 편파 진행했다"고 규탄하고 있다. 뉴스1


"법제사법위원회 파행을 조장하는 법사위원장의 편파적 운영에 강력한 분노를 표한다."
윤석열 정부 임기 첫해였던 2022년 10월 7일. 집권 5년 만에 야당으로 전락한 당시 법사위 소속 더불어민주고전릴게임
당 의원들의 목소리가 기자들의 취재 공간인 국회 소통관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습니다. 전날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법사위원장이 민주당 의원들의 말을 가로막았다고 분노를 쏟아낸 겁니다. 민주당 의원들은 윤석열 정부의 검찰이 김건희 여사 관련 각종 의혹 수사를 미적거리는 점을 지적하려 했으나, 김도읍 위원장이 발언 기회를 제한하자 국감을 일방적스핀모바게임랜드
으로 방해하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습니다. 실제 김도읍 위원장이 의사 진행 방식에 항의하던 박범계 민주당 의원을 향해 "마이크 끄세요"라고 말해 회의가 파행되기도 했습니다.
3년이 지난 2025년 10월 16일. 이제는 법사위원장을 가져간 민주당이 추미애 법사위원장의 '편파 진행 논란'으로 반발의 중심에 섰습니다. 이날 추 위원장은 감사원 메디프론주가
대상 법사위 국감이 시작하자마자 "곽규택 의원의 발언을 오늘 제한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곽 의원은 지난 15일 대법원 현장 국감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정지된 이재명 대통령 재판에 개입하려 했다고 주장했는데, 곽 의원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발언 봉쇄'라는 극단적 조치를 단행한 겁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항의했지만 추 위원장은 결국 10시간 넘는 국감 내내황금성게임다운
곽 의원에게 단 한 번도 발언 기회를 주지 않았습니다. 국민의힘 위원들은 "편파적 의회 독재"라고 격앙된 반응을 내놨죠.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이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추미애 위원장의 운영에 항의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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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엔 국민의힘을 편파 진행이라고 맹렬히 비판했던 민주당이, 지금은 '더 센 편파 진행'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물론 싸우는 이유도, 공격과 수비의 양상도 달라졌지만, 일방통행식으로 밀어붙이는 측면에서는 데칼코마니입니다. 이 같은 재빠른 '태세 전환' 행태는 지난 국감에서 계속 되풀이되어 왔습니다. 상임위원장의 편파 진행 문제뿐 아니라, 핵심 증인 채택을 둘러싼 공방에서도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상황에 따라 편의적으로 주장을 바꿨습니다.
우려스러운 건 서로를 공격하는 발언과 행태의 수위가 점차 강해지면서 그간 한국 정치가 그래도 '이것만은 지키자'고 넘지 않았던 금도를 하나씩 무너뜨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정치의 회복이 시급한 이때,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여야의 모습을 되짚어봤습니다.

①편파진행 : 싫으면 안 열고, 항의하면 끝내고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장의 새누리당 위원 측 좌석이 2016년 10월 7일 새누리당의 국감 보이콧 선언으로 텅텅 비어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상임위원장의 편파 진행 논란은 단순 발언권 제한 차원을 넘어서기도 했습니다. 박근혜 정부 때였던 2016년에는 여당이었던 새누리당과 범여권 국민의당이 소속 의원들이 위원장을 맡고 있던 상임위 5곳의 국감을 최대 여드레 동안 열지 않은 적도 있었습니다. 같은 해 9월 24일 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이 각종 자격 미달 의혹을 받던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전 장관에 대한 해임 건의안을 통과시킨 데 대한 항의 조치였습니다. 국감장이 개점휴업하면서 한민구 당시 국방부 장관 등 피감기관장들이 멀뚱히 대기하다가 되돌아가는 촌극도 벌어졌습니다.
위원장과 상대 당 소속 위원들 간 충돌이 너무 격하다 보니, 위원장이 국감장에서 '우황청심환'을 꺼내 드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2008년 10월 9일 당시 한나라당 소속이었던 고흥길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이 주인공입니다. 이명박 정부의 'KBS·YTN 장악' 논란이 거세던 가운데 민주당 의원들이 고 위원장의 국감 진행에 편파적이라고 연일 맹공을 퍼붓자, "국감이 하도 소란스러운 것을 보고 지역의 한 당원이 먹으라며 줬다. 먹지 않도록 여야가 협조해 달라"고 뼈 있는 유머를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새누리당 소속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이었던 고흥길 전 의원이 2008년 10월 9일 서울 세종로에 있던 정보통신부 청사에서 현장 국정감사를 시작하기 전에 우황청심환을 꺼내 들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에 같은 달 13일에는 민주당 최문순 의원이 "제가 KBS 관련 발언을 할 때마다 고 위원장이 제지했다. 제게도 우황청심환을 달라. 손과 가슴이 떨려 질의를 못하겠다"고 맞받기도 했습니다. 실제 고 위원장은 질의가 남았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항의에도 국감을 끝내거나, 이듬해 2월에는 논란이 많았던 '미디어법'을 문방위에 기습 상정해 통과시키는 등 일방적 의사진행을 했습니다. 현재 과방위에서 민주당 소속 최민희 과방위원장이 국민의힘 의원들로부터 편파 진행 관련 거센 항의를 받고 있는 것과는 공수가 180도 바뀐 모습입니다.

②증인채택 : 입장 따라 갈려... 대법원장도 예외 없다
증인 채택을 둘러싼 대치 역시 입장에 따라 말이 달라지는 대표적 사례입니다. 지난해 10월 국감에서 국민의힘은 '김건희 여사 증인 채택 결사 반대' 모드였습니다. 민주당이 윤석열 당시 대통령 부부의 공천개입 의혹 등과 관련 김 여사를 국감 증인으로 부르려 하자 추경호 당시 원내대표는 "국감을 정쟁 소모전으로 몰아간다"고 반발했습니다. 김 여사가 지난 8월 자본시장법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점을 감안하면, 김 여사 증인 채택 요구가 '정쟁 소모전'으로만 치부할 사안은 아니었는데도 말이죠.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해 10월 6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및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에 입장하고 있다. 뉴스1


그러나 현재는 국민의힘이 '이재명 대통령의 복심'으로 알려진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을 향해 국감 증인으로 나오라고 공세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반면 민주당은 "국감 본질을 흐리고 정쟁 도구로 사용해서는 안된다(백승아 민주당 원내대변인)"며 철통 방어 태세입니다. 대통령실이 당초 김 실장을 관례적으로 국감장에 나왔던 총무비서관 직이 아닌 국감 출석 전례가 없었던 제1부속실장으로 보직을 이동시키면서 '국감 방탄 인사'라는 의구심과 비판을 자초했습니다. 반면 국민의힘 역시 김 실장을 국감으로 반드시 불러내야만 할 확실한 의혹을 제기하지 못한 채 변죽만 울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법사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밀어붙인 조희대 대법원장 국감 증인 채택 문제도 유사한 경우입니다.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을 국감장에 세워 '한덕수 회동 의혹'을 따져 묻겠다면서 불출석 땐 초유의 동행명령장 발부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거칠게 압박했습니다. 대법원 현장 국감 일정을 일방적으로 통과시키기도 했습니다. 반면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사법부 능멸"이라고 거세게 반발했죠.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얼굴을 만지고 있다. 고영권 기자


그러나 민주당은 4년 전인 2021년 국민의힘이 법사위 대법원 업무보고에 김명수 대법원장 출석을 요구하자 "삼권분립과 사법부 독립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며 반대했던 이력이 있습니다. 당시 국민의힘은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민주당의 탄핵 소추안 의결을 돕기 위해 김 대법원장이 임 판사의 사표를 반려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었죠. 민주당 반대로 김 대법원장 국회 출석 요구가 불발되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5개월간 대법원 앞에서 '1인 릴레이 시위'를 단행했습니다. 이때 국민의힘 의원들이 김 대법원장 출근을 저지하려 소동을 벌인 적도 있었습니다. 경찰이 국민의힘 의원들을 물리적으로 저지하며 과잉 대응 논란도 일었습니다.



김성원(가운데) 전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가 2021년 4월 2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 앞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의 차량에 다가가며 항의하자 경찰들이 저지하고 있다. 국회 사진기자단



"그래도 금도가 있지 않았나"
여야가 공수를 바꿔 맞붙는 동안 서로 마치 복수라도 하듯, 대립은 갈수록 격화하는 양상입니다. 2022년 "마이크 끄세요" 논란을 빚었던 김도읍 법사위원장은 적어도 상대 당 소속 위원의 발언권을 종일 박탈하는 '추미애식 전면 봉쇄'를 하진 않았습니다. 2016년 새누리당이 국감 보이콧을 하던 때도 새누리당 소속 국회 국방위원장이자, 비박근혜계(친이명박계) 김영우 전 의원은 "그동안 국방엔 여야가 없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 그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며 회의장 문을 열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국민의힘 상임고문으로 있는 한 원로 정치인은 "서로 고성을 지르다가도 정회 뒤에는 사과하고 다시 차분하게 참석하는 게 여의도 문화였다. 그러나 요즘은 회의가 끝날 때까지 싸운다"고 한탄했습니다.
극단적이고 센 발언일수록 강성 당심의 환호를 받는 요즘, 여야 강대강 대치에 피해를 보는 건 결국 국민입니다. 앞으로도 국회는 볼썽사나운 행태와 고성, 파행을 거듭하겠죠. 그러나 결국 권력은 돌고 돌아 공수가 바뀐 의원들도 지금 자신들 입장과는 정반대 발언을 하게 될 겁니다. 그 발언과 행적이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지 여야 의원들 모두 숙고하길 바랍니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